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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을 베이스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배혜진입니다. 학부에서 동양화,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고 현재는 개인 작업을 주로 하면서 중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평면, 입체, 영상 등 매체의 제한을 두고 작업하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설치 작업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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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무엇인가요?

종종 영화를 보면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을 상상해봐요.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시간을 두고 몇 번을 반복해 보면서 매번 다른 등장인물에 이입해 본 적도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내 상황이나 관심사, 경험들이 때때로 다른 인물에게 이입되도록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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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좋아하는 공간이 있나요?

학생 때는 학교 가기 싫은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학교가 좋아요. 다양한 생각들과 열정, 에피소드들이 모여있는 특별한 공간이니까. 비슷한 이유로 전시장 가는 길도 늘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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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으로 성공하고 싶다거나 목표가 있나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을 해나가면서 더 다양한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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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작품 세계 또는 작품 철학이 있나요?

“나는 주변의 사물과 글들을 가지고 사소하고 어이없는 농담을 하는데 관심이 있다. 나는 심각한 미술에 반대하지 않고, 감각적 구경거리로서의 미술에 반대하지 않으나, 그것들이 과연 우리 삶의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고 있는지 의심한다.”-안규철


안규철 선생님의 본인의 책에서 언급하셨듯이, 나는 심각한 미술과 감각적인 미술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삶과 동떨어진 미술을 경계합니다. 나는 삶의 고민과 문제를 내 작품에서 다루고 있고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요.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위트 있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팍팍한 삶 속에서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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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커와의 콜라보에서 보여준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구다커와의 콜라보 제품에 담길 작품은’과정’이라는 행위에 관련된 작업의 일부입니다. 이 작업들에서 저는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수없이 반복되는 수행과 같은 ‘과정’에 주목해요. 모든 것은 어떠한 기준에 의해 결과물의 가치가 매겨지고 행위의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때까지의 과정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예를 들면 탁구공이 유리병 안에 들어갈 때까지 바닥에 탁구공을 튕기는 행위처럼 어떠한 기준점에 도달하기까지 생겨나는 과정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그 과정들이 결과물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선끼리 서로 닿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선을 긋는 행위가 그 ‘과정’들을 보여줘요. 그리고 마침내 그 선들이 맞닿게 될 때 원 그리기를 멈추게 됩니다. 즉 작품에서 기준점 또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시간과 노동의 양은 결과물의 가치를 측정하는 절대적 지표가 됩니다.


결과물로 나타난 선들의 미묘한 율동과 움직임은 나이테, 혹은 지문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선으로 기록된 과정들은 세월, 흔적 등의 개념을 연상시키는 개체들과 형태적으로 닮아있어요. 중간중간 미묘한 떨림이나 미세하게 다른 굵기, 줄 사이의 간격 등은 최소한의 간격을 유지하며 원을 그려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순간의 내 상태를 반영하며, 시간이 점점 지나 선들이 쌓여나가면서 원의 크기가 커질수록 처음의 작은 떨림은 파장처럼 율동감 있는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어떤 결과물에 대해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데 익숙하죠. 실패하면 그 과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고, 성공하면 그 과정 또한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 작품 속 일련의 과정들은 노동량에 비례하여 값이 매겨지며 모든 결과물은 그 안에 녹아있는 과정을 인정받아 높은 가치를 부여받아요. 그리고 과정의 양에 비례하여 책정된 결과물의 가치를 물질적 가치로 환산하여 전시 및 판매함으로써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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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와 슬라이딩이라는 짧은 영상을 보았는데 영상 속에 담긴 메세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때때로 내 안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면서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사회적 관념으로 저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에 대해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등의 의문을 가지게 됐어요. 스스로 습득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고 교육이나 학습으로 만들어진 측면도 있겠지요.


그리고 사회나 국가, 이데올로기 등 애초부터 내가 인식할 수 없거나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생겨나기도 할 것입니다. 비록 처음의 의도는 다르더라도, 나의 인식 체계로 상대를 대할 때 위험하고 폭력적인 상황은 늘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이것을 ‘물고기와 함께 미끄럼틀을 타고 놀자’는 유아적인 발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영상 속에서 모든 상황은 물고기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죠. 자신이 좋아하는 미끄럼틀을 물고기와 함께 타고 싶다는 아이의 순수한 생각이 물고기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고, 어쩌면 그냥 큰 물결이 출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결론적으로 물고기의 시선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행위는 전혀 다른 맥락의 행위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당연시 여겼던 각자의 사고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생겼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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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작품 'Wearing Clothes for the Present' 역시 범상치 않게 느껴집니다.

여러 가지 삶의 태도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청춘을 반납하고 자식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삶의 태도가 있고, 최근에는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면서 내일을 위해 살기보다는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태도도 많이 보입니다. 그 둘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작품을 통해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에게 현재를 선물해주고자 했습니다. 옷을 입는 행동에서 실존적 행위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 옷의 형태와 입는 과정을 조금 변형했죠. 이 옷을 입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고, 흔히 우리가 입던 옷을 입을 때와는 다르고 새로운 동작들이 필요해요. 상의를 입기 위해서는 깜깜한 통로를 기어가야 하고,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줄다리기하듯이 잡고 끌어올리는 행위를 수백 번 반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우터를 입기 위해서는 한 쪽 팔을 끼운 채로 빙글빙글 돌아야만 반대쪽 절반을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렇듯 제가 만든 옷을 입으면서 경험하게 되는 행위들은 옷을 입는 일상적 행위들이 원래의 목적성을 잃고 실존적 행위가 되는 지점을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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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작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삶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양한 가치들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이나 제도적 관성을 대하는 저와 사람들의 태도,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품에서 선 아래로 들어가는 돌들과 변형된 형태의 선들은 최소한의 바둑판의 개념을 유지함과 동시에 기존 바둑판의 형태와 쓰임을 무색하게 합니다. 바둑판을 위에서 보면 돌들이 보통의 선 위에 놓여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 아래에 들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여러 바둑돌이 단체 줄넘기라도 하듯 선 아래에 일렬로 늘어서 있기도 합니다. 바둑돌뿐만 아니라 바둑판도 선을 뾰족하게 세운 상태로 있기도 하고, 특정 부분이 문질러져 선이 지워진 상태로 존재하기도 하죠.


바둑판 위에서 보여주는 이런 모습들은 개인이 제도와 상식을 대하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상황을 위트 있게 표현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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